명절에 대한 추억...

어느해 부터인가 우리집에서 명절을 지낼 때가 많아졌다.

처음엔 연휴를 온전히 쉴 수 없는 남편 때문에 그랬던 것 같고 나중엔 진짜 어머니가 일하기 싫어지신듯...

 

재작년 추석...그때도 우리집에서 명절을 지냈다.

나름 미리 음식준비를 열심히 해놓았는데 눈치없는 남편이 명절 전날 시장구경을 가자고 한다.

주차하기 힘드니 가지 말자고 해도 시장은 힘들지 않다며 졸라대는 남편

그래서 백화점도 아니고 마트도 아니고 진짜 시장구경을 갔는데...

확실히 시장 특유의 명절 분위기가 느껴졌고 모듬전을 파는 집엔 줄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지글지글 기름냄새가 확 풍기며 맛있게 보였다.

우리도 줄을 서서 모듬전을 사고, 기다리는 동안 시장구경 다니던 남편은 호박, 고추, LA갈비, 과일을 사왔다.

집에 다 있는데 왜 샀냐고 하니까 맛있어 보여서라고...

그렇게 철없는 남편 시장구경까지 시켜주고

집에 돌아와 명절 음식 준비를 하는데 자기가 사온 LA갈비가 먹고 싶단다.

며칠전부터 핏물빼고 양념해서 재워두고 정성들여 잘 끓여둔 갈비찜이 있는데...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냥 해줬다. 문제는...질기고 맛이 없단다.ㅠㅠ

 

작년 설날...뒤늦게 도착한 울 동서, 오자마자 "어머니 만두 먹고 싶어요." "그래? 그럼 해줘야지."

헉~

왜 우리집엔 김치, 고기, 숙주나물, 두부 하다못해 만두피까지 다 있는 것인지 ㅠㅠ

울 어머니 입으로 만두 만드시고 울 딸들이 만두빚고...

다행히 만두 빚는 것이 놀이 같은 울 딸들은 너무 신나했었다.

나혼자 헉헉...힘들고 뭔지 모르게 서운했었다.

 

바쁜 남편 덕분에 올해도 우리집에서 추석을 지내기로...

제일 먼저 시댁에 전화해서 말씀드리고 동서한테 전화해서 뭐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올해는 잡채 ㅋㅋ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다짐을 받아 두었다.

제발 당일날 뭐 먹고 싶다고 말하지 말고 아무거나 사들고 들어오지 말라고 ㅋㅋ

그러나 울 남편 상다리 휘어지게 차렸는데 스테이크 구워먹자고...

"여보~제발...안그러기로 했잖아." "아~미안미안"

"형님, 잡채를 많이 하셨네요?" "동서 싸주려고...싱거우니까 살짝 간을 더해서 먹어"

 

그렇게 어제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식구들 다 가고...늦은 밤, 두 딸 데리고 달구경 나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님께 소원을 빌었다. 한가지만...

 

올해 추석은 착한 맘으로 보내려고 엄청 애쓴 것 같다.

행여나 내게 올 복이 있다면 지금은 모두 현중이한테 보내주고 싶다. 받아라 얍~